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은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MBC 사장 교체와 인사 과정에 큰집(대부분 언론에서 청와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함)이 직접 개입한 사실을 밝혔다. 김우룡의 발언은 언론의 독립성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다. 이에 김우룡 이사장의 <신동아> 인터뷰 내용이 처음 공개된 3월17일부터 22일까지 조선, 중앙, 동아, 매경, 한경 등 보수신문들이 김 이사장 발언 및 이후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살펴보았다. 특히 한겨레신문, 경향 신문과 비교를 통해 보수신문들의 보도특징을 분석했다.
기사 건수 자체의 차이,, 보수신문의 ‘침묵’
먼저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발언 파문을 보도하는데 있어서 보수신문들의 주요 특징은 기사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김우룡 사태에 대한 주요 신문들의 기사를 살펴보면 기사 건수에서 보수신문과 한겨레, 경향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조선일보는 4건, 중앙일보는 3건, 동아일보는 5건에 그쳤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의 경우에는 김우룡 사태에 대한 보도는 각각 1건이었다. 이에 비해 한겨레신문은 13건, 경향신문은 12건을 보도하였다. 거대 신문사인 조선, 중앙, 동아의 모든 보도 건수를 합해도 경향 신문의 보도 건수 정도다. 이는 보수신문이 자신의 정파에 유리하지 않은 사안은 기사화하지 않은 것으로, 이는 언론이 권력의 ‘감시견(watchdog)'으로서 역할을 저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큰집’과 ‘인사 개입 의혹’은 ‘누락’
신문에서 기사의 제목은 전체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고 논조(보도태도)를 규정짓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신문기사 제목이나 사설 타이틀을 통해서 해당 사건에 대해 신문사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기사 제목을 통해본 김우룡 사태에 관한 보수 신문사의 특징은 자의적 ‘누락’이 선명하다는 점이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에서 김우룡 사태의 본질에 대한 지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우룡 이사장 발언의 핵심은 그가 스스로 밝혔던 것처럼 MBC 사장 및 임원 인사에 큰집이 개입했다는 점이다. 김우룡은 인터뷰에서 지난 3월8일 MBC 임원 인사에 대해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혼자 한 게 아니라, 큰집에서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김 사장이)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권차원에서 MBC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증언했다는 점이 김우룡 발언의 주요쟁점이다. 따라서 김우룡 발언은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다. 하지만 보수 신문에서 이에 관한 보도는 없었다.
보수신문은 김우룡 이사장 개인의 실수, 자질문제로 접근하거나 단신으로 김 이사장의 방문진 사태 등의 보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같은 보수신문의 보도특징은 한겨레와 경향과 비교하면 분명해 보인다. 한겨레의 경우 <청와대 MBC장악 음모 드러나”>, <문화방송 사장 ‘조인트를 깐 큰집’은 누구인가>, <큰집 인사개입’ 진상규명 요구 확산>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리고 사설 <문화방송 사장 ‘조인트를 깐 큰집’은 누구인가>, <김우룡 사퇴만으로 끝낼 일 아니다>에서도 ‘큰집’이 어디며, 큰집의 MBC 인사 개입에 관한 진상규명 내용을 촉구하고 있다. 경향의 경우에도 3개의 기사와 1개의 사설을 통해 MBC 인사 개입 규명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언론의 주된 기능은 권력 감시다. 또한 언론은 특정 사건의 보도에 있어 사건의 실체를 종합적이고, 다각적으로 보도해 총체적인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특정 사건에 대해 자의적 ‘누락’을 악용하는 것은 저널리즘적 관점에서 극복해야 하는 보도태도다. 그런데 김우룡 사태에 대한 보수신문들은 자의적 ‘누락’을 악용해서 ‘권력감시’의 책임도, 그리고 심층적 보도의 ‘진실 추구’의 책임도 저버리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우룡 발언에 대한 진실 규명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하면서 보수신문은 김 이사장 사퇴로 이번 사건이 끝난 듯한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우룡 발언 두고 ‘품위 잃은 실언일 뿐이라는 조선, ‘약’ 때문이라는 중앙일보
조선일보는 <방문진(放文振) 이사장의 너무나 가벼운 입>기사에서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을 “품위(品位)를 잃은 발언”으로 묘사하고 있다.
조선일보<방문진(放文振) 이사장의 너무나 가벼운 입>,03.19 사설
참으로 품위(品位)를 잃은 발언이다. ... 아무리 방송문화진흥회가 MBC 대주주로서 MBC 이사 선임권을 갖고 있다지만 그래도 언론기관이라는 방송사의 사장단·이사 보직 인사 밑그림을 자기가 짜고 '말 잘 듣는 사장'을 시켜 실행에 옮겼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중앙일보는 <김재철 인사 비판하던 김우룡 '큰집·쪼인트' 발언으로 역풍>기사에서 “MBC 김재철 사장의 개인적 충돌과정에서의 감정 악화와 복용중인 ‘약’ 때문”이라는 김 이상의 해명을 아무런 반론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중앙일보<김재철 인사 비판하던 김우룡 '큰집·쪼인트' 발언으로 역풍>, 03.20, 정강현 기자
두 사람은 그간 MBC 인사 문제와 관련해 정면으로 맞서왔다. 이 자리에서 김 이사장은 “(김사장과의)인사안 협의 문제로 감정이 격해져 있었고 약도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과장이나 실언, 감정적 대응이 나온 걸로 본다”고 해명했다.
‘노영방송’ MBC의 개혁을 주문하는 동아
동아일보는 <김우룡 사퇴와 MBC 개혁은 별개다 >사설에서 김 이사장 사퇴로 MBC의 개혁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한편 MBC를 노영방송이라고 자의적으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김우룡 사퇴와 MBC 개혁은 별개다>,03.20 사설
김 이사장은 발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이 때문에 이른바 ‘노영(勞營)방송’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MBC 개혁이 흔들려선 안 될 일이다.
또한 동아일보는 <중립 지키겠다는 MBC의 어제오늘>사설에서도 또다시 MBC를 노영(勞營)체제라 규정하면서 MBC 개혁을 주문하고 나섰다.
동아일보 <중립 지키겠다는 MBC의 어제오늘>, 03.22, 사설
김우룡 사태 역시 MBC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못다 했을 뿐 아니라 노영(勞營)체제를 공고히 만들 빌미를 줄지 모른다는 점에서 호러콤이 될 소지가 있다. ... 이렇게 뒤틀려온 MBC를 공정방송이 가능하도록 바로잡는 것이 MBC 개혁의 핵심이다.
입 다물던 ‘동아일보’이제는 <신동아> 기사 의심
동아일보는 김우룡 이사장의 <신동아>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동아일보는 자사 소속인 <신동아>의 인터뷰 내용을 다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동아일보는 <김우룡 사퇴와 MBC 개혁은 별개다>기사에서 김우룡 이사장의 발언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만, 이는 곧 김 이사장을 인터뷰한 <신동아>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동아일보, <김우룡 사퇴와 MBC 개혁은 별개다>,03.20 사설
그의 발언은 자신을 과시하느라 ‘오버’한 대목도 적잖아 보인다. 김 이사장의 발언 가운데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할 것도 있다.